제13회 화엄음악제-세번째.진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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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람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9-18 20:35 조회1,393회 댓글0건본문
지리산의 아침은 잔뜩 흐려있었고, 영산회괘불의 이운과 현괘의식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현괘하는 것으로 최종결정이 내려지고
스님들께서 이운하여 괘불대에 화엄사영산회괘불탱이 모셔졌습니다.
오후 3시 육법공양의 시작과 함께 비가 내렸습니다. 사찰에서 진혼제를 할때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는 스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옷이 흠뻑 젖는 우중(雨中)에도 정성을 다하여 공양을 올렸습니다.
어산어장 인묵스님의 집전으로 괘불대재가 봉행되었고, 천수바라와
축원,
반야심경을 끝으로 두시간여의 괘불대재가 끝났습니다.
진혼의식에 떠난 이들의 극락왕생을 간절히 빌어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진혼의식이 끝남과 동시에 내리던 비도 조용히 멈추었습니다.
망자와 지금 모두의 위안을 기원하며 저녁예불을 올립니다.
공연의 시작은 스님들의 입장과 함께 진차이 어린이가 열어주었습니다.
다시 쏟아지기 시작한 빗속에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무대 위의 안전을 위해 아쉽게도 천막이 설치되었지만,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엘로이즈 진과 김유나씨의 협연은 쉽게 볼수 없는 광경이기도
했으며, 두 연주자는 진혼의 시작을 알리는 무게감 있는 연주를 보여주었습니다.
쏟아지는 비에 카메라도 젖어 연주하는 모습을 잘 담지 못했습니다.
"아니오스 노니노"로 경쾌한 듯 구슬프게 시작된 반도네온 연주는
두번째 곡 "오블리비안"과 "렉수렉시온 델앙헬"에서 바이올린의 선율과
피아노 반주와 함께 빗속의 가을밤을 잊을 수 없게 좌중을 압도하였고,
객석의 환호를 이끌어 냈습니다. 가까이 듣고싶은 악기 하나 추가합니다.
재즈와 국악의 결합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니어 이스트 콰르텟의 연주와
보컬의 음색은 진혼이라는 무거운 주제의 크기를 한번에 보여준 무대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상~주 함창 공갈못에~" 명창 김소희 선생님의 목소리로 처음 들었던
상주 모심기의 첫 소절을 듣는 순간 한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민족
역사속 한(恨)의 얼굴과 대면한 느낌이었습니다.
원장현 명인의 대금 산조와 지전춤은 망자들의 넋에 그 슬픔을
나도
이해한다는 듯 구슬픈 가락과 춤사위로 맺고 풀어내는 무대였습니다.
대중 가수이자 작곡가로 잘 알려진 노영심씨의 따뜻한 피아노 연주는
목소리를 듣지 못한 아쉽고 서운한 마음을 털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뒤를 이어 반도네온 이어진씨와 니어 이스트 콰르텟, 노영심의 협연은
먼저 두 아티스트의 여운에 아쉬운 마음을 충족시켜 주었고, 함께 무대에
선 이모란 님의 선무(禪舞)는 앞선 지전춤이 망자들의 위로를 위하였다면
현재를 사는 우리를 위한 위로였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이번 음악제의 대미는 뜻밖에도 장석남 시인의 시 낭송이었습니다.
화엄음악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한 어느 기자는 "지리산도 함께 울었다"
라는 머릿글로 기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끝까지
떠나지 않고 객석을 지켜준 300여 관객들은 예술에 목 말랐거나
혹은 위로받고 싶었거나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악에 공감하며 서로
위로하고 싶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음악제 말미에 비가 그치면서 우리가 준비했던 망자를 위한 진혼이
눈물같은 비를 그치게 했을지도 그래서 어쩌면 조금의 위로가 되었을지
모른다는 자의적 만족감에 빠지게도 해 주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2018년 화엄음악제가 될것 같습니다.
모든 이들이 행복하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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