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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란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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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8-07 16:38 조회2,2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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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란 (모모)

 

노예는 사랑을 할 자격이 없다. 인간의 가장 소중한 감정인 사랑은 오직 자유인에게만

허락되니까 말이다.

게라심은 온몸으로 그것을 느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나이 든 여지주는 노예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 순간,

노예는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 주인의 명령을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노예나 다름없었던 농노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해야만 한다.

만일 부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부정하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비록 벙어리이지만 누구보다도 힘이 장사였던 게라심이 같은 처지에 있던 타티야나에게

연심을 품었을 때, 여지주는 위기가 닥친 것을 직감한다.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지키려는

순간, 충직했던 게라심은 당당한 주체로 거듭나게 될 테니까. 이건 노예를 가진 주인

입장에서는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지주가 서둘러 타티야나를 다른 농노에게

시집을 보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처음에는 소중한 것을 빼앗긴 게라심은 슬픔과 당혹감에 젖어들었지만, 금방 체념하고

만다. 그래 농노에게 사랑은 사치일 뿐.

게라심은 이렇게 자조했을 것이다. 여지주의 첫 번째 시도는 멋지게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순박한 농노일지라도, 자신의 감정을 부정당하는 불쾌한 느낌을

어떻게 쉽게 잊겠는가. 이렇게 상심에 빠져 있을 때, 게라심은 우연히 강가 진흙 뻘에

빠져 버둥거리는 강아지를 구하게 된다. 강하지가 버둥대는 모습에서 농노로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것일까?

 

게라심은 불쌍한 강아지를 숙소로 데려와 정성을 다해 기르는 것이다.

타이야나라는 여자를, 그러니까 사랑을 상실한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였는지

게라심은 강아지에게 ‘무무’라는 이름을 붙이며, 온갖 애정을 쏟는다.

아마 인간이 아닌 동물을 사랑한다면, 여지주도 뭐라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판단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지주는 이번 경우에는 예외를 두지 않았다. 여지주의 본능적인 주인 의식은

위기를 놓치는 법이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농노는 감정의 주인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게라심이 방심한 것이다. 아니 너무 순진했다.

 

주인은 노예가 자기만의 감정을 자기만의 감점을 갖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존재라는 진실, 그래서 그 대상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일지라도

예외가 없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타티야나를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보냈던 것과는 달리 여지주는 무무를 아예

죽이려고 든다. 농노라는 이유로 타이야나의 운명을 마음대로 쥐락펴락 하는

지주에게 하물려 무무와 같은 말 못하는 짐승을 죽이는 일쯤이야 어찌 삼갈 일이겠는가.

무무를 너무나 아꼈던 게라심은 무무가 여지주의 손에 죽도록 방치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농노의 신분으로 무무를 지켜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라심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지주라면

그의 소유까지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법이니까.

 

마침내 게라심은 본인지 직접 무무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것이 자신을 그렇게도 따르던 무무를 위한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워하는 사람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는 것이 차라리 나은 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무무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 그러니까 고기가 가득 담긴 양배추국에 마른 빵을

부스러뜨려 넣은 음식을 먹이는 게라심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게라심은 무무에게 마지막 만찬을 근사하게 차려 주며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만찬이 끝 난 뒤 그는 무무를 배에 태우고 노를 저어 강 중심부에 이른다.

 

“마침내 게라심은 몸을 쭉 펴고는 어떤 병적인 분노의 표정을 지은 채 자기가 가져온

벽돌을 노끈으로 서둘러 묶고는, 올가미를 만들어서 무무를 물 위로 들어 올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무무를 바라보았다. .... 무무는 무서워하지 않고 신뢰의 눈빛으로

게라심을 바라보며 작은 꼬리를 살짝 흔들었다. 게라심은 얼굴을 돌리고 나서

실눈을 뜨고는 두 손을 폈다. 게라심은 물에 떨어지면서 무무가 낸 날카로운

비명 소리도 ‘철썩’하고 튀어 오른 둔탁한 물소리도, 다른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마치 가장 고요한 어떤 밤이 우리에게는 전혀 고요하지 않을 수 있듯이.”

 

 

---강신주의 감정수업 중에서--

 

가슴 아픈 이야기죠. 사랑하는 이를 자기 손으로

죽였을 때 그 아픔은 아마도 상상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게라심은 이후 어떠한 행동을 했을까요.

그 뒤의 일은 여러분의 감정에 맏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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