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회연구소, 지역사회 상생 모범사찰 8곳 선정(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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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람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1-07 16:06 조회2,990회 댓글0건본문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찰 일구기’ 연구보고서 발간
화엄사·실상사 등…공동체성 함양 위한 주도적 활동
기후위기, 핵무기, 코로나19 등의 사회적 문제가 지속되면서 공동체 의식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파편화·개별화된 일상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삶, 즉 ‘연기적 삶’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지역공동체 중심에 있는 사찰의 역할과 기능 확대가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와 활발히 소통하며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찰들을 통해 사찰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담긴 연구보고서가 발간돼 눈길을 끈다.
백년대계본부 불교사회연구소(소장 원철 스님)가 2021년 12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찰 일구기’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보고서는 불교사회연구소가 2020년부터 진행한 ‘미래사회 공동체 연구’의 결과물로 왜 사찰이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하는지, 지역 활동이 무엇인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사찰의 지역활동은 지역사회와 함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은 물론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신도들의 종교적·사회적 성장을 도모한다. 이는 사찰이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명호 중앙승가대 강사가 책임집필한 연구보고서에서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찰’을 스님·신도·전문가·지역주민·공공기관 등 다양한 관계자가 주체로 참여하며 해당 지역의 기후·풍토·역사·환경 및 삶의 문화, 나아가 시대적·사회적 요구를 사찰의 공간과 프로그램에 담아내고 실천하는 사찰로 정의했다.
이어 주도적으로 공적·사회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도심·군단위 소재 8개 모범 사찰을 관찰·분석해 유형화한 결과를 제시했다. 사찰의 규모와 역량, 사찰이 위치한 장소, 여건, 환경, 주지스님의 철학과 운영기조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했으며, 도시지역 사찰은 ‘현장 진출형’과 ‘수용형’으로, 농어촌지역 사찰은 ‘전통 역할형’ ‘지역공동체 지향형’으로 구분했다.
지역활동을 사찰의 주요 사업으로 운영하는 ‘현장 진출형’에는 경기도 시흥시 대각사와 부산 해운대구 대광명사가 꼽혔다. 대각사의 대표활동은 ‘흥부네 책놀이터’ 운영이다. 방과후교실과 도서관, 아침을 굶는 아이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외국인노동자가정이 내국인 가정보다 많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부모들은 맞벌이나 대부분 2~3교대로 일하고 있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대광명사의 경우 사찰 역량과 신도들 특성을 고려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활동과 지원으로 대체하는 활동이 구분돼있다. 특히 사찰의 봉사단체인 사무량심회를 중심으로 장기기증자, 무연고 사망자, 자살자 등을 위한 무료 49재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 이슈를 고민하는 ‘수용형’에는 서울 마포구 성림사와 광주 동구 선덕사가 선정됐다. 성림사는 사찰 공간을 지역주민들이 찾는 공간으로 조성해 제공하고 있으며 주지 현담 스님이 동주민자치위원회에 소속돼 다양한 이슈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선덕사는 유치원과 전래놀이 프로그램인 선재놀토학당을 운영하며 어린이·청소년 포교중심도량으로 지정됐다. 또 건물 1층과 앞마당을 지역주민에 개방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역사회 주요 기관으로 지원과 후원을 담당하는 ‘전통 역할형’에는 전남 구례군 화엄사와 전남 해남군 미황사가 선정됐다. 사례 사찰 중 유일한 교구본사인 화엄사는 지역사회와 맺는 관계의 성격, 활동, 지역민들의 기대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지역주민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은 기본활동이며 이에 더해 지역 어른의 역할을 맡고 있다. 즉 지역의 다양한 문제에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지역협업 거버넌스의 중심에 있다. 미황사는 국가지정문화재인 괘불을 활용한 괘불재와 종합산사문화제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는 지역민들의 요청에 의해 시작됐으며, 준비과정부터 긴밀히 협력해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사찰이라는 원칙을 구현했다.
강원 양양군 낙산사와 전북 남원시 실상사는 다양한 영역에서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공동체 지향형’ 사찰이다. 낙산사는 관음성지로 유명한 관광사찰로 지역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는 ‘불자마을’을 통한 지역사회 교류로 구체화됐다. ‘지역주민과 생로병사를 함께 하겠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사찰을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 아닌 삶 전체를 의탁하는 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낙산사도 이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소통·상생에 힘쓰고 있다. 실상사는 한국불교의 대표적 마을공동체 운동 사찰로 평가된다. 불교귀농학교를 시작으로 실상사귀농학교,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단법인 한생명, 생명평화대학 등이 만들어졌다. 서울에 설립된 불교귀농학교를 제외한 모든 기관은 산내면 지역주민들과 함께 활동한다. 실패와 성공의 반복으로 공동체와 관련된 다양한 이론과 개념을 쌓아갔다. 이와 동시에 ‘마을공동체’라는 개념 확립과 면단위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공동체 규모로 심화됐다. 또한 경내에 지역민들이 쉴 수 있는 편의시설을 마련해 특별한 일이 없어도 수시로 찾는 휴식공간으로 인식을 더했다.
‘정책실험’과도 같은 8개 사찰의 과감한 노력은 실제 지역 현황과 생생하게 전해지는 정보라는 점에서 소중하다. 모범사찰을 통해 확인된 지역공동체의 공통 핵심은 사찰의 공동체성 함양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에서는 △사찰의 지역활동 실천을 위해 지역사회에 대한 기본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 △지역활동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 △전법·포교를 대하는 기본적인 마음이 지역활동 중심으로 변화할 것 등을 제언하고 있다.
불교사회연구소장 원철 스님은 “코로나19와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서 지역사회는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과제임을 재확인 했다”며 “사람이 살고 있기에, 부처님이 살아야 할 곳이기에 지역사회 공동체는 지켜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보고서”라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획일화된 지역활동만으로는 지역사찰의 효율적인 성장을 이끌 수 없다”며 “모범사찰들의 긍정적인 활동을 배우고 각 사찰만의 특색을 살려 지역사회와 공존·상생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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