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꽃스님' "어릴땐 까맣게 탄 촌놈…좋은 공기·마음에 인상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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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람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9-25 08:47 조회1,901회 댓글0건본문
(구례=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저는 이제 막 수행을 시작했고, 아직 어린 스님에 불과합니다."
'꽃스님' 범정(凡鼎)스님은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이 다소 과하다고 생각했는지 "천천히 응원해주고 천천히 바라봐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화엄사 소속으로 현재 군종교구 파견 중인 1993년생 범정스님은 인스타그램 아이디 '꽃스님'(kkochsnim)으로 유명하다. 광채 나는 피부와 선명한 입술이 돋보이는 사진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팔로워는 24일 오전 기준 약 2만9천명. SNS상의 인기 덕에 범정스님이 함께하는 화엄사 사찰 체험 프로그램 '화야몽'(華夜夢)은 최근 참가자 모집 4시간 만에 마감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1일 '구례사찰 명상순례길' 체험 행사를 진행 중인 범정스님을 만나 출가 계기 등을 들어봤다.
밝은 표정의 꽃스님
(구례=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꽃스님'으로 유명한 범정스님이 21일 전남 구례군 사성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던 중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9.24
그의 유년기는 순탄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초등학교 5학년 막내 남동생과 집을 떠나 화엄사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둘째인 여동생도 함께 출가하고자 했으나, 비구스님 사찰인 화엄사 측은 생각이 있다면 고등학교를 마치고 오라고 둘째를 일단 돌려보냈다. 여동생도 고교 졸업 후 결국 출가했다.
범정스님은 애초 불교 집안 출신이 아니었고 출가는 낯선 선택이었다. 그는 부모가 출가를 권할 때 "이기적인 개인 욕심"이 작용했다고 회고했다.
부모에게 상실감과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스님들의 보살핌 속에서 깨달음을 얻었고 이제 자신을 내친 부모의 결정까지 복(福)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섬진강 인근 걷는 '꽃스님'
(구례=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21일 전남 구례군 섬진강 인근 도로에서 '꽃스님'으로 주목받은 범정스님(왼쪽)이 '구례사찰 명상순례길' 순례체험단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3.9.24
범정스님은 경주의 한 대학을 졸업한 뒤 비구계를 받고 입대했다. 육군 병장으로 의무 복무를 마치고 군종장교로 다시 임관했다.
현재 경남 창원시 소재 해군 진해기지사령부에 설치된 해안사 주지를 맡아 젊은 장병들과 소통하며 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
시간을 쪼개 화엄사 이벤트에도 함께 한다. 이날도 '구례사찰 명상순례길'을 체험하기 위해 화엄사를 찾은 대학생 등에게 "스무살 때 내 꿈은 서른살에 주지가 돼 신도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혹시 도움이 된다면 내 이야기도 전달해 주는 것"이었다고 들려줬다.
다음은 범정스님과의 문답.
-- 외모로 주목받는 것이 출가자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저는 이제 막 수행을 시작했고, 아직 어린 스님에 불과하다. 수행하고 공부하고 나아갈 길이 아직 많다. 외모가 저의 전부가 아니다. '세간의 관심을 조금 모았구나'라고 느낀다. 나쁘다, 좋다 얘기할 수는 없다.
-- 출가 전에도 외모로 주목받았나.
▲ 눈이 예쁘다는 얘기는 어렸을 때 좀 듣기는 했는데 절에 들어가서 살 때는 (햇볕에 피부가) 시커멓게 탔고 머리도 빡빡 깎아서 진짜 시골 촌놈 같았다. 오히려 스님으로 살고 부처님 도량에서 이렇게 좋은 공기, 좋은 거 먹으면서 사니까 상호(인상)가 바뀌지 않았나 생각한다. 평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따라서 사람이 인상이 바뀐다고 그런다.
찻 마시며 듣는 '꽃스님' 말씀
(구례=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21일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 '꽃스님'으로 유명한 범정스님이 '구례사찰 명상순례길' 순례체험단과 차담을 하고 있다. 2023.9.24
-- 얼굴색이 매우 밝다. 혹시 화장했는지.
▲ 선크림을 발랐다. 선크림을 안 바르면 나도 (햇볕에) 탄다. 어디가 화장한 것 같으냐. '입술 바른 것이 아니냐, 눈에 쌍꺼풀을 집은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와서 (직접) 보라고 하고 싶다. 원래 피부 색깔이 좀 희다.
-- 외모로 주목받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 것 같다.
▲ 2019년에 인스타그램 시작할 때 마음을 정리했다. 내가 활동하는데 어떻게 100명이면 100명이 다 좋아할 수 있겠냐.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49명, 욕하는 사람은 51명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이 방해한다면 누구 잘못이냐. 그건 내 잘못이다. 내 근본이, 뿌리가 약하기 때문에 흔들리는 부분이니 내가 더 굳건해야 한다. 저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나쁜 게 아니다.
-- 출가하게 된 이력을 소개한다면.
▲ 나는 출가를 두 번 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에 의해서 몸으로 하는 출가인 신(身) 출가를 한 번 하고, 사찰에 살면서 스님들한테 받은 사랑 덕분에 진짜 마음 깊숙한 곳에서 발심(發心)해서 심(心) 출가를 했다. 부모님을 통해서 배운 이별과 화엄사 스님들을 통해서 배운 사랑 때문에 나는 지금 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 (어린 자녀를 출가시킨 것이) 독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부모님이 출가를 권유했을 때는 좀 이기적인 개인 욕심도 분명히 있었다. 이별에 대해서 준비되어 있지 않은 나를 이해해주지 않고 부모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배신감이 없잖아 있었다. 절에 왔는데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들이 나를 지원해주고, 학교에 보내주고, 간식을 사주고…보살펴주는 마음이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감정들이었다. 스님들이 있었기에 부모를 이해할 수 있었고, 부모가 있었기에 내가 불가(佛家)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은 어렸을 때 안 좋다면 안 좋은, 성장하는 데 미쳤던 악영향이라면 악영향이 정리됐고, (마음이) 편하고 좋다. 부모님께 몇 년 전에 그런 전화를 한 적이 있다.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책임감 속에서 마음이 안 좋고 힘들었다면 지금은 다 내려놔도 된다. 나를 챙겨주셨던 스님들 덕분에 사랑이 무엇인지 배웠다. 다른 사람들한테 그 사랑을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
명상순례길 체험단과 기념사진 찍는 꽃스님
(구례=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21일 전남 구례군 섬진강 인근 도로에서 '구례사찰명상길' 순례체험단과 이 행사에 명사로 초청된 '꽃스님' 범정스님(오른쪽 첫번째 승려)이 기념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 원하지 않은 일을 겪은 것이 깨달음의 계기가 된 것인가.
▲ 그렇다. 출가해 승려가 된다는 것은 세속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전생의 업식(業識) 때문에, 자기가 닦은 복 때문에 출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불교에서 출가는 타고난 복이라고 한다. 어린 나이에는 그것(출가시킨 것)이 배반이고 우리를 버린 마음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좀 더 성숙하고 수행하면서 '복이 많았으니까 이런 부모님을 만나서 일찍 승려 생활 시작했구나'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자식을 끼고 사는 부모였다면, 나는 일찍이 절에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인연이 맺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이고 가장 큰 복이다.
-- 의무 복무를 마쳤지만 해군 장교로 다시 군에 몸담고 있다고 들었는데.
▲ (의무 복무는)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다. 젊은 친구들이 경험하는 거 똑같이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군인도 현역으로. 내무반 생활관 분위기 이런 것까지. 군종병도 아니고 똑같이 훈련받고….
차담 준비하는 꽃스님
(구례=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21일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 '꽃스님'으로 유명한 범정스님이 '구례사찰 명상순례길' 순례체험단과의 차담을 준비하고 있다. 2023.9.24
-- 부모와 갈등하는 젊은이에게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 부모의 역할은 자식을 낳고 자식이 성인이 돼 사회 나가기 전까지 보호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을 가장 잘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내 배에서 난 자식이지만 한 사람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 주고 다름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내 자식, 내 가족, 내 동생이라고 하면 나의 방식·철학에 따라서 커 주길 원한다. 근데 그것은 오히려 집착이다.
-- 학교 교육에 관한 부모의 과도한 개입이나 교사의 극단적 선택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 내가 내 자식을, 내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사랑인지를 봐야 한다. 먹을 것이 짜장면 한 그릇뿐이면 부모는 자기가 먹을까 아니면 자식에게 줄까를 군인들에게 물었더니 대부분이 '우리(자식)에게 줄 것'이라고 했다. 모든 부모가 그런 마음일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그건 사랑이 아니고 자기 욕심·이기심이다. 내 몸뚱아리보다 더 아끼는 게 내 자식이기 때문에 내가 먹는 것보다 내 자식이 먹는 게 더 행복한 것이다. 내 자식이 먼저 먹어야, 내 자식이 먼저 건강해야 내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분별하지 않으면 사랑인지 집착인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른다. 자식한테 쏟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인지, 아니면 사랑이라는 포장지에 감싸인 집착인지는 본인(부모)만 열어볼 수 있고 본인만이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스타 '꽃스님'
[범정스님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부모는 자신의 속마음을 가식 없이 들여다보면서 사랑인지 집착인지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인가.
▲ 그렇다. 우리도 마음을 항상 들여다보고, 집착인지, 욕심인지, 쾌락인지, 욕망인지 보는 것이 수행이다. 부모도 늘 수행하는 것이다. 그분들도 수행자가 될 수 있다.
-- 자식의 입장인 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 '지금부터라도'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부모님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말라. 부모님도 그런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그런 교육을 받고 그렇게 살았다. 나한테 사랑을 주려고 한 것이라고 알아주면 된다. 집착과 사랑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면 너희는 그런 부모가 안되면 되는 것이다.
-- 청년들에게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가.
▲ 나는 아직 수행이 많이 부족하다. 사람들이 아는 혜민스님 법정스님처럼 그런 프레임 속에서 나를 안 봐줬으면 좋겠다. 내 또래, 내 위치에 있는 다른 스님들이 하는 것처럼 아직 은사스님을 모시고 은사스님이 시키면 심부름도 좀 하고 공부가 필요하면 공부도 좀 하고 아직 그렇게 지낼 때이다. '이런 젊은 스님이 지금 이렇게 지내고 이렇게 성장해 나가고 있구나' (하고) 천천히 응원해주고 천천히 바라봐주면 좋겠다. 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좀 하고 있고 기존 스님들이 시도하지 않는 방식을 조금 고수하고 외모가 그 안에 들어가 있다 보니 스포트라이트를 조금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것 말고는 다른 스님들과 큰 차이는 없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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